[隨筆] 꽃피는 산골 - 김 기덕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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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경 수 조회수:1048
- 2014-08-27 09:03:20
꽃피는 산골 김 기 덕 청정 지역 햇빛 무성한 산새 속이다. 푸르게 눈부신 하늘 정원예술의 극치를 맴돌고 있다. 감미로운 구름과 바람과 빗방울과 하얀 눈송이들을 바라본다. 한 폭의 그림 속에 공주군 탄천면 신영리 구례실 윗말 눈앞에 아른거린다. 부모님 영상이 계신 작은 초가집 향기로운 흙냄새에 그리움 가득 머물러 있다. 공주군청에 근무하셨던 아버지께선 6.25전쟁 때 할아버지가 사시는 산골 집으로 옮기셨다. 할아버지께선 98세 되신 해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눈 내리는 겨울 치매로 고생하시다 천국으로 떠나셨다. 살아계실 땐 절친한 친구이자 곁에서 시중드는 손녀였다. 등도 밀어드리고 목욕도 시켜드리고 대소변도 챙겨드렸다. 변비일 때는 작은 손가락으로 변을 파내 변을 보게 해 드렸다. 노래도 하고 무용도 하며, 손짓 발짓으로 함께 보낸 시간들이 아름다웠다. 소문이 퍼져 초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선 효녀상도 주셨다. 7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덕분으로 형제들과 떨어져 산골에서 자랄 수 있는 행운이었다. 자식들 뒷바라지 지극정성으로 교육열에 투철하셨던 존경하는 어머니! 흙 속에 파묻혀 농사일에 종일토록 일하시면서도 항상 너그러우시고 인자하신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베풀기만 하셨다. 등잔불 밑에서 어두운 눈비비시며, 떨어진 옷 바느질에 동분서주하셨던 애처롭고 가여운 모습은 가슴이 아파온다. 모시 질삼 베틀소리 철커덩 덜커덩 온몸은 쉴사이 없으셨던 노고와 희생은 메아리쳐 뜨거운 눈물로 답례를 드린다. 넓은 뜨락엔 백합 작약 장미 수국 달리아 봉숭아 저녁 때를 알리는 분꽃 야생화들의 화려한 꽃들의 향연이었다. 돌담 곁에는 앵두 살구 포도 복숭아 배 대추 감 은행 벽오동나무 많은 과일나무들과 식물들은 반기며, 기쁨을 주었다. 계절마다 풍부한 과일들은 아버지께서 손수 심으셨고 가꾸시며, 일구어내신 보람과 행복이었다. 벽오동나무는 내가 태어난 해 심으셨고 정성으로 키우셨다. 하늘을 향해 튼튼히 곧게 자라는 모습 흐뭇해하시며, 막내딸 시집보낼 때 예쁜 농을 만들어 주신다며, 그 날을 기다리신 모습이다. 아버지께선 지병으로 고등학교 1학년 봄에 큰 슬픔만 남기시고 천국으로 떠나가셔야 했다. 정성이 베어 있던 벽오동나무는 예쁜 농으로 변해져 있길 바라면서 누구의 농으로 되어 있을까 의문이 든다. 뒤뜰 옹달샘은 온 마을의 식수였고 생활의 활력소였다, 항아리 사이에선 아낙네의 웃음소리 희로애락 숨어 숨 쉬는 쉼터도 되었다. 무르익은 여름 깜깜한 밤이오면 옹달샘 가 풀잎 위에 옷들이 널브러져 있고 한 바가지씩 물을 퍼내어 목욕하는 즐거움은 하루의 피로를 풀었었다. 깜깜한 밤, 빛나는 별돌과 반딧불 친구 하며, 모닥불 속에 구워먹던 옥수수 감자는 별미의 꿀맛이다. 귀두라미, 여치 풍댕이 방아개비 풀벌레 소리와 함께 푸른 꿈 부풀어 희망을 채웠었다. 높은 기상으로 하늘 문으로 달려갔던 추억들이 살포시 피어오른다. 산딸기 익어가는 햇빛 덩쿨엔 빨간 솜털 붓 엉커퀴꽃 꺾어 몸단장을 예쁘게 했다. 청아한 하얀 찔레꽃 한 아름 소쿠리에 담아 웃음 머금고 기뻐 환호했던 청순하고 순박한 내 마음 떠 올린다. 메마른 자갈밭 아래는 개울물이 재잘거렸고 징검다리 수풀 사이엔 숨바꼭질하며, 숨어 있는 물고기를 찾았다. 양재기에 소쿠리 들고 붕어 송사리 미꾸라지 보리새우 우렁도 열심히 찾아내 양재기에 가득 담아 머리에 이고 찔끔찔끔 물 흘리며, 옷이 흠뻑 젖어 있던 기억들이 마음의 그림 속에 묻어 있다. 산을 넘고 논밭을 지나 징검다리 개울도 건너가며, 집에서 4키로가 넘는 곳이다. 아늑한 산자락에 아담한 전교 학생이 이백여 명 정도 되는 복룡초등학교에 다녔고 졸업을 했다. 키가 작았고 몸은 마르고 허약해 잔병으로 많이 아팠다. 감기엔 콩나물국 배 아플 땐 육모초즙 물에 꿀 타 먹는 것이 약이었다. 엄마 손도 약손이었다. 책 보자기 허리에 차고 조그만 걸음으로 자박자박 까만 치마와 흰 저고리 고무신 신고 한 시간이 넘게 걸어서 육년 동안 개근을 했다. 날씨가 안 좋은 날에는 아버지께선 등에 업고 등하교를 시켜줄 때도 많이 있었다. 사랑이 가득하고 인자하신 그 모습 크나 큰 은혜보답도 못한 한스러움이 남아 있다. 학교 가는 길은 즐거움이다. 산새와 야생화 자라나는 새싹을 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비바람치고 소낙비 올 때면 개울물들이 넘쳐서 책보자기 머리에 꼭꼭 동여매고 친구들과 손잡고 건너온 징검다리 다섯 곳도 가보고 싶어진다. 황금벌판이 바람 타고 출렁거린다. 오곡이 무르익은 황금색 논밭 논둑에 허수아비 세워놓고 딸랑딸랑 방울소리 새떼들을 날려 멀리 보내곤 했다. 벼 이삭에 붙은 메뚜기 빈 병에 하나씩 열심히 잡아 볶아 먹고 튀겨먹으면서 영양도 보충했었다. 온 산과 들이 하얀 눈 속에 쌓였다. 미끄러지며, 썰매도 타며, 흰 눈 속에 묻혀 고무신은 온데간데없고 물이 흠뻑 젖은 양말로 교실에 도착해 울기도 하였다. 어머니가 학교 앞 문방구에 고무신과 양말 옷들을 준비해 놓으시고 찾으면 내주라는 부탁까지 해놓으셨다. 따뜻한 난로 땔감은 송방울이다. 가을에 학교 다니면서 한 웅큼씩 주워모아 겨울난로에 땔감으로 준비해 놓은 것이다. 난로 속에 있던 군고구마의 향긋한 내음은 기다림과 기쁨이었다. 난로 위의 노란 양철 도시락 속은 보리밥, 무짠지, 계란 부침 덮어 김이 모락모락 따근함에 추위를 녹여주었다. 최고의 진수성찬 맛있는 점심도시락이다. 소중하고 아름답던 추억들이 꽃송이 되어 피어난다. 그림움과 보고 싶은 마음은 꽃피는 산골의 세월 속으로 물들어 있다. 긴 여정의 석양 노을 속에는 아름다운 꿈이 자라났던 그 자리들을 머물러있게 만들었다. 풍요롭고 행복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