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사진이라는 취미
-
최 경 수 조회수:985
- 2014-09-29 10:54:07
철도사진이라는 취미 IT시대가 되면서 큰 변화를 맞은 것 중 하나가 사진이다. 필름 카메라 시절만 해도 사진이란 매우 고급 취미였다. 비싼 장비는 물론이고 현상, 인화에 드는 유지비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가 본격 도입되면서 사진은 대중화의 길로 들어섰다. 물론 지금도 고급 DSLR 카메라는 무척 비싸지만 주목할 것은 예전에 비해 사진을 즐기는 인구가 많이 늘어난 점이다. 디지털 카메라의 다양하고 편리한 기능과, 필름이 불필요함에 따른 유지비 절감이 사진취미 수요 자체를 늘렸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진취미의 발달이 철도와 결합된 것이 바로 철도사진이다. 철도취미 활동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비중이 무척 큰 것이 바로 철도사진이다. 철도사진은 말 그대로 철도를 소재와 주제로 하여 찍은 사진들이다. 물론 보통의 사진가들도 때때로 철도를 찍을 수 있지만 철도사진가들은 철도만 전문적으로 찍는다. 이들은 철도가 훌륭하게 표현되는 사진 포인트를 찾기 위해 노력하며, 필요할 경우 산을 오르기도 한다. 또한 원하는 열차가 지나갈 때까지 수 시간 길면 하루를 꼬박 기다리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철도사진가들의 노력 속에서 새로운 철도사진 포인트가 발굴되며, 진귀한 장면이 촬영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 같은 철도사진가들의 노력이 우리나라 철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철도사진의 첫 번째 역할이라면 과거를 기록하는 것이다. 1899년 시작되어 115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철도는 20세기와 21세기 사이의 격변기에 많은 변화를 해왔다. 이러한 큰 변화 때문에 우리나라 철도에는 사라져버린 철길, 없어진 차량과 역 건물,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장면들이 무척 많다. 하지만 철도사진가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알아서 이런 곳을 쫓아다니며, 귀중한 사진자료를 남기고 있다. 지난 2012년 6월 3일 일반인들은 모르고 넘어갔을 이날, 철도사진가들에게는 평생 한 번 올 정도의 대형 이벤트가 있었다. 바로 영동선 강릉역에서 있었던 원주강릉선 철도 기공식 행사에 전시용으로 사용되기 위해 KTX-산천 차량이 강릉역에 갔다가 영동선을 타고 되돌아 온것이다. 3일 전인 5월 30일, 기공식에는 대통령도 참석했었고, 앞으로 원주강릉선에 KTX가 달린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 행사장 뒤 철로에 KTX-산천 열차가 전시되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의 철도사진가들이 영동선 스위치백 구간인 나한정역 주변에 집결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날 오전 디젤기관차에 끌려 스위치백을 오르는 KTX-산천 열차를 촬영하고야 만 것이다. 2014년 현재 스위치백은 없어진지 오래고, 앞으로 KTX 열차가 영동선으로 갈 일도 없을 테니 그야말로 역사에 남는 사진이 되었다. 박물관에 전시되어도 아깝지 않은 이같이 귀중한 역사적 사진을 당사자인 코레일이나 정부기관에서 찍은 게 아니라 전국 수많은 아마추어 철도사진가들이 찍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이 사진은 인터넷 검색을 하면 여러 철도사진가 블로그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지만 정작 코레일 사진DB 서비스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철도의 역사를 기록하는 철도사진의 축적이라는 중요한 작업이 철도사진가들의 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철도사진의 둘째 역할은 철도의 현재를 알리는 것이다. 지금 코레일에서는 레츠코레일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승차권과 기차여행은 물론이고, 숙박, 렌터카, 여행커뮤니티까지 통합된 새로운 온라인 여행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전략에 따라 O트레인, V트레인, S트레인, DMZ트레인, 해랑 등 다양한 특성화 관광열차도 운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 열차를 운영한다고 해도 보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주차장에 있는 자기 차는 볼 수 있지만 관광열차의 모습을 미리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철도사진이다. 철도사진가들이 찍은 많은 철도사진을 통해 철도의 다양한 모습을 접하면서 철도를 미리 알 수 있다. 관광열차의 이색적인 모습들, KTX의 빠른 속도, 2층열차 ITX-청춘열차의 낭만들을 사진을 통해 먼저 느끼고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사진을 통해 객차 내를 보거나 필요한 시설이나 동선을 미리 확인함으로서 실질적인 이용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도시철도나 광역철도도 마찬가지다. 많은 아마추어 철도사진가들이 남기는 이들 철도의 사진은 어떤 지역정보 사이트나 지하철 이용 사이트보다도 현실감이 있고 도움이 된다. 지하철 역세권 주변의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문제가 있는 부분을 사진으로 남겨두면 철도 운영사들이 이것을 파악하여 문제를 미리 고치는데도 도움이 된다. 이 모두가 철도사진가들이 철도사진을 남기는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철도사진가들이야 말로 한국철도의 최고 홍보요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철도사진의 역할은 한국철도의 미래를 제시하는 것이다. 아무리 외국에서 첨단 철도서비스가 시행되고 있어도, 이를 보지 않으면 파악하기가 힘들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하지만 철도사진가들이 외국에서 찍어온 사진을 통해 우리는 철도선진국의 사정을 알 수 있게 되고, 배울 점도 찾을 수 있다. 역사(驛舍)와 교통 및 상업시설이 고밀도로 통합된 외국의 철도역이나 일본 철도의 다양한 에키벤(각 철도역에서 파는 개성 있는 도시락)을 사진 없이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아울러 이들 사진이 우리나라의 복합 환승센터 사업과 철도역 도시락의 고급화에 영향을 주었음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이렇듯 세계의 철도사정을 알리며, 우리나라 철도를 발전시키고 그 방향까지 제시하는 것도 철도사진의 중요한 역할인 것이다. 그 외에도 철도사진은 노면전차처럼 국내에 없는 철도시스템을 소개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 광역철도에서 완행과 급행의 조합이라든가 이색 관광열차 등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에 대해 외국의 사례를 알리는데 많은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철도사진들은 국민들의 철도지식을 높이는데 많은 기여를 하며,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철도를 발전시킬 수 있다. 이같이 많은 역할을 하는 철도사진이지만 사실 그동안 철도사진가들은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작업을 해왔다. 남북분단이라는 특수상황에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설인 철도의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닌다는 것은 자칫 간첩으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 일이다. 또한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철도산업 자체의 폐쇄성도 더 말할 것이 없겠다. 21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국가기관이던 우리나라 철도는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에 대해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하지만 지금은 IT시대이고 글보다 사진으로 더 많은 정보를 얻는 시대이다. 철도사진이 철도를 홍보하고 철도의 이미지를 좋게 하며 더 나아가 철도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라는 사실을 철도 스스로 깨닫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에는 한국철도공사의 제5회 철도사진 공모전과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제1회 철도건설 사진공모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수상작이 배출되었다. 벌써 5회 째인 코레일의 사진 공모전에는 계속하여 훌륭한 사진이 더 많이 응모되고 있다고 하며, 올해 처음으로 열린 철도공단의 사진 공모전도 첫 회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하고 많은 사진이 출품되어 철도사진에 대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듯 철도 관련회사나 기관들이 철도사진의 가치를 깨닫고 철도사진을 육성하기 위한 철도사진 공모전을 여는 것은 우리나라 철도발전을 위해 무척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철도공단은 이번 공모전에서 철도사진가들에게 더 많은 촬영기회를 주고자 평소 일반인 출입이 차단되어 있던 공사현장을 일시적으로 개방하는 행사까지 열었는데 이 같은 적극성은 매우 칭찬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철도사진가 스스로의 노력도 이어진다는 점도 중요하다. 철도사진의 특성상 얻기 어려운 하이앵글을 위해서 헬리캠을 동원하기도 하고, 철도사진가들끼리 그룹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철도사진 포인트를 개발하기도 한다. 철도사진가들의 이 같은 노력은 우리나라 철도사진 취미의 양과 질을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요즘 들어 주목받고 있는 것이 철도문화다. 철도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우리 삶에 녹아있는 생활의 일부분이 되기 위해서는 철도문화의 발전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철도사진이란 우리의 중요한 철도문화다. 철도사진을 통해 과거를 기록하고, 현재를 알리며, 미래를 지향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의 삶을 철도와 가깝게 하고, 궁극적으로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철도사진가들의 노력만 요구해서 될 일도 아니다. 더 많은 철도 사진공모전이 열려 철도사진 육성에 힘써야 하며, 파편화되어 있는 철도사진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공간 및 플랫폼도 필요하다. 사진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저작권의 보호도 중요한 과제다. 철도사진이라는 데이터를 정보로 재생산하는 데 있어 철도에 몸담은 모든 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도 카메라와 삼각대를 가지고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는 철도사진가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며 이들과 철도회사, 정부기관이 함께 노력하여 철도사진이 우리나라 철도를 발전시키는 게 중요한 기여를 하기를 기대한다.* - 한우진 (인터넷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