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각 녹슨 기관차의 넋을 위로하자/미산 윤의섭
1950년 12월 31일, 경기 파주 장단역에서 군수 물자를 수송하던 기관사 한준기의 스팀기관차가
포탄으로 폭파되었다. 스팀기관차 화통은 점점 검붉게 녹슬어 갔다. 70t이나 되는 녹슨 쇳덩이는
이후 분단의 상징물이 되었다. 임종의 자리 장단역에서 기관차에 자라던 한 그루 뽕나무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고 이광표 문화유산학 박사는 기록하고 있다. 그 후 비무장지대에서 오랜 세월 보살
피는 사람 없이 버려져 있던 것을 2006년 11월 임진각으로 옮겨 보존 처리하였다.
67년 전 비명의 객이 된 그대의 넋은 지금 어디에 떠돌고 있는가? 철골이 일그러진채로 흐느끼는
듯 처연하다. 폭파의 괴성은 기관사가 들었고, 2대(30년) 후의 녹슬어 가는 고철의 바람 소리는 누
가 들었으며 3대(60년) 후에 희미해진 백골의 울음은 누가 듣고 있느냐? 수만 명이 거쳐 간 철도인
은 이 애환을 가슴속에 기억하고 있다. 6.25 전쟁 중에 수송 일선에서 희생당한 철도인은 더욱 애
틋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으며, 철도에서 순국한 철도인을 대신하여 이 곡성을 드린다.
기관조사의 팔에 힘살이 솟으며 석탄을 퍼 넣으면 화통에 불길이 활활 타오른다. 기관사의 조종간
이 서서히 움직이는 듯하더니 가열된 실린더에서 스팀이 치-익 뿜으며 피스톤을 밀어낸다.
피스톤 롯드가 왕복 운동을 하며 쇠로 만든 주동륜을 굴리기 시작한다. 치익 치익 푹푹 칙칙 폭폭
굴뚝에서 흰 연기를 하늘로 내 뿜으며 거대한 쇳덩어리가 철길을 달린다. 서울역에서 승객을 태운
부산행 열차가 우렁찬 기적 소리를 낸다. 한강 다리를 지나면서 그 울림이 강력하게 철교 난간을
흔들어 댄다. 연도를 지날 때면 어린이들이 구경거리로 모여드는 시골 풍경을 회상한다. 고개를
오를 때는 힘이 부족하여 숨찬 소리로 치익치익 폭폭 느릿느릿 고개를 넘는 기차길 풍경이 추억
으로 남았다. 수원역에 물탱크 탑에서 급수하고, 다시 천안역에서 급수를 또 한다. 이렇게 계속
화통에 물을 채워야 갈 수 있었다. 부산까지 12시간 걸려서 도착한다. 오랜 시간 차 안에서 마른
오징어를 사서 씹기도 하며 창밖에 스치는 강산을 구경하기 피곤한 줄 몰랐다. 플랫폼에 내리는
승객이 처음 보는 부산항 풍경에 또 한 번 놀란다.
불행히 우리나라는 일제 수난기에 이 스팀기관차가 견인하는 철도가 일본인 손에 의해 경인, 경부
경의선이 건설되고, 그들의 만주 침략의 도구로 사용하면서 한국인을 노예처럼 건설 노역에 부렸다.
일제하에서도 우리 민족은 철도 기술을 습득하는 데 노력하여 광복 후 철도 복구 건설에 힘이 되었고,
6.25 전쟁에서 나라를 지킨 경험이 있다.
정전 후 파괴된 철도의 복구에 앞장섰고 국산 철도 기술 발전에 속도가 붙었다. 경제 개발의 초기
주역이 철도라 할 수 있었다. 철도 차량 국산화, 산업선 건설로 무연탄을 도시로 수급하고 19공탄을
가정의 연료로 자급하게 한 것은 보릿고개 가난을 벗어나는 일과 함께 우리 역사에서 잊지 못할 기억
으로 남아 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마음으로 태백산의 무연탄을 서울로 수송하는 기관차의 목쉰
기적 소리가 아련히 남아 있다. 산업단지와 수출 항만선 연결, 제철, 기계, 자동차, 조선, 산업을 발달
시켰다. 철공업은 스팀기관차 공업에서 비롯하였기 때문에 서울공작창(용산역 내) 등 철도공장에는
주조, 단조, 공작기계, 판금 공장과 원목 제재-목형, 배전 등 분야별 공장이 있어서 황무지였던 그 시절
에 철공장이라는 별명으로 산업의 모델이 되었다. 기관사, 차장, 역무원, 선로공, 배전공, 선반공, 주조
공, 단조공, 판금 용접공, 조립공, 목형공 등 기능공의 원조가 되었다. 이러한 우리나라 산업 역사의
특성상 철도인은 원조 기술인으로서 자긍심이 높았다. 그중에서도 역장은 철도뿐 아니라 그 지역의
유지였다. 주마등 같이 지나가는 차창 밖 풍경, 우리의 힘은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 SRT 열차
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을 2시간에 달리는 감개무량함을 느끼게 한다.
스팀기관차는 화통, 스팀 실린더, 피스톤 롯드, 차륜과 레일이 노출하여 그 움직임이 보인다. 이것이
외연기관이며 1차 산업 시대의 동력이 되었다. 2차 산업에는 엔진 자동차, 3차에는 전기 통신 IT,
4차 산업에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loT 자율주행차 등 융합 기술 동력이 뜨고 있다.
지정학적 역학을 군사력으로 해결하려는 국익보다, 4차 산업 혁명 *공급 연결망* 편입으로 얻는
국익이 훨씬 커지게 된다고 한다. 실용의 시대가 도래하여 남북 철도를 연결하면 남-북-중국-러시
아-일본의 도시 간 공급 연결망으로 진화하여 미래 동북아 공영의 기반이 될 것이다.
새로 건설한 판문점 스마트시티 중앙 광장에 평화의 탑-개선문을 건설하기 바란다. 개선문 지하에는
6.25 전사(戰史)와 판문점 역사박물관을 짛고 그 안에 스팀 기관차 유해도 영구 안치한다.
개선문 기단에 [6.25 전사(戰士) 한준기 기관사의 스팀기관차 유해를 이곳에 묻다] 이렇게 표기된
빛나는 글을 보게 되기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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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공급 연결망*이란 4차산업 혁명에서 가치 창출을 하는 모든 도시 간 연결선 즉 교통, 통신, 송전,
송유, 가스관, 초고속 인터넷선 등, 모든 공급체계 연결망을 가리킨다. 이 국제 도시 간 공급 연결망
편입이 국내 이익량을 초월하는 거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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